미국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여성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타블로이드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며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일을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그는 위협의 배후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경영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서 정치와 미디어까지 연루되는 등 사태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갑자기 “펙커 씨, 괜찮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펙커는 아메리칸미디어(AMI)의 회장 데이비드 펙커를 가리키며, AMI는 산하에 타블로이드 신문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발행하고 있다.
베이조스의 블로그에 따르면 2월 5일 AMI의 대변인이 보낸 메일이 베이조스 대변인에게 도착했다. 내용은 베이조스의 불륜을 암시하는 사진 등을 입수했다는 것이었다.
앞서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1월에 베이조스의 불륜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들을 보도했고, 베이조스는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그것을 입수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었다. 베이조스는 AMI가 사진 공개를 그만 두는 대신에 “조사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하도록 요구했다”고 결론지었다.
특이한 것은 베이조스가 자신의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고 해당 메일과 그 후 AMI와의 거래를 공개한 것이다. 그는 “사적인 사진 공개는 바라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잘 알려진 위협이나 정치적 공격에 굴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그의 분노는 펙커의 ‘배후’로 향하고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베이조스는 펙커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을 숨기기 위해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정보가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해 모든 기사를 사들이는 ‘캐치 앤 킬’이라는 방법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AMI가 트럼프처럼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에 의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워싱턴포스트(WP)가 관련 뉴스를 좇고 있던 것에 대해 펙커가“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짚었다.
AMI는 트럼프와 불륜 관계에 있던 남성잡지 ‘플레이 보이’의 전 그라비아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 달러의 입막음용 합의금을 지불했다. 트럼프의 전 고문 변호사 마이클 코헨이 중개를 부탁한 것으로, 그는 작년말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금고 3년의 판결을 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와 베이조스의 대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문자 메시지를 보도한 직후인 1월 13일 “경쟁자에 의해 쓰러진 제프 보조(Bozo)에 대한 뉴스를 듣게 돼 유감”이라며 “내가 알기로는 경쟁지의 보도가 그의 로비스트 신문인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썼다. 베이조스(Bezos)를 멍청이란 뜻의 ‘보조’로 바꿔 부르면서 그가 소유한 WP를 로비스트로 격하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블로그는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AMI와 정부의 관계를 폭로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부자의 개인사가 미국에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