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른바 ‘흙수저’로 불리는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후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를 사들이며 당당히 오너경영인으로 거듭났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최근 페르노리카임페리얼의 매각을 발표했다. 매입 주체는 주류업계에서도 생소한 ‘드링스인터내셔널’이다. 드링스인터내셔널이 김일주 대표가 설립한 주류 유통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주류업계에서는 역시 ‘위스키 대부’, ‘위스키 영달(영업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주류, 특히 위스키 분야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가 거쳐온 기업의 대표 브랜드는 그가 몸담고 있는 동안 위스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후발주자를 1위로 올려놓는 저력을 여러차례 발휘하기도 했다.
37년간 위스키업계에 몸담아온 김 대표는 두산씨그램에서 ‘윈저’를 1위 브랜드로 올려놓았고 진로발렌타인스에서는 ‘발렌타인’을 수입해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그가 인수하는 임페리얼은 진로발렌타인스 시절 그가 시장 1위로 끌어올린 브랜드다.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전까지 수입 브랜드 중심으로 위스키 시장을 주도해왔던 그는 골든블루에서 처음 토종 저도주 위스키인 ‘골든블루’를 선보였다. 초기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조차 매출과 점유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이름 없는 토종 위스키가 과연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라는 업계의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편견을 깨듯 업계에 ‘저도주’ 바람을 일으키며 골든블루가 토종 위스키로 업계 1위로 도약하는 초석을 세웠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디아지오코리아도 뒤따라 저도주 위스키를 내놓을 만큼 그가 시장에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거셌다.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3위까지 떨어진 ‘임페리얼’을 사들인 그가 또한번 ‘미다스의 손’이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bhc 박현종 회장은 김 대표보다 앞서 전문경영인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사례다.
김 대표가 위스키 외길을 걸었다면 박 회장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대기업 시스템을 외식업계에 접목, 외식업계에 몸담은지 7년만에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인 자리를 꿰찼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로하틴그룹 및 매각 주관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경영자 매수 방식(MBO)’으로 bhc를 비롯해 5개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있는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박 회장은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에 인수될 당시인 2013년 806개에 불과하던 bhc의 매장 수를 1400여개로 늘렸고 본사와 가맹점 매출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2013년 82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2017년 2391억원, 가맹점 연평균 매출은 같은 기간 1억4200만원에서 3억대 중반으로 늘어났다.
위스키 시장은 여전히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치킨시장 역시 포화된 데다 경쟁사와의 소송전이 난무한다. 전문경영인에서 오너 자리에 올라선 이들이 올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식품외식업계의 시선이 김일주 대표와 박현종 회장에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