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미국 유통공룡 아마존닷컴이 시애틀에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를 열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무인 편의점은 더 이상 아마존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아마존고에 뒤지지 않는 새로운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데일리(이하 닛케이)가 최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JR히가시니혼과 IT 기업 사인포스트는 도쿄도 기타구의 JR 아카바네역에 실험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일반 편의점의 10분의 1 정도인 약 21㎡. 취급하는 상품도 음료 과자 등 140여 종에 불과하다. 매장에는 점원도 없다.
매장 안에 설치된 총 100대의 카메라가 고객의 행동을 촬영한다. 진열대에 설치된 카메라는 제품의 움직임을 따라다닌다. 고객이 제품을 손에 들고 게이트로 가면 구입한 상품의 합계액이 화면에 표시된다. 확인 후 신용카드를 대면 결제가 완료되고 게이트가 열리는 구조다.
매장에 있는 제품은 모두 사전에 이미지 정보로 등록이 돼 있다. 일반 POS에서 읽어 들이는 바코드 및 무선통신기능을 가진 IC 태그 등을 붙일 필요가 없다. IC카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등 다양한 형태로 결제가 가능하다.
이처럼 획기적인 실험의 주인공은 사인포스트라는 일본 IT 업체다. 시애틀의 아마존고를 둘러봤다는 간바라 야스시 사인포스트 사장은 아마존고보다 자사의 시스템이 훨씬 간편하다고 자신했다. 특수센서도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를 추가로 장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매장 운영도 쉽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무인 편의점 도입의 관건은 비용인데,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인건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봤다. 또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도 없어져 고객의 편리성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의 소매업계가 이처럼 무인 편의점 도입에 높은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심각한 일손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매장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건비를 30~50%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심지어 테마파크에서도 무인 기념품 매장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객들은 얼굴 인증을 통해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는 제조공장의 품질검사용으로 개발된 화상처리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적외선 카메라와 거리를 측정하는 카메라로 고객이 선반의 어느 위치에서 상품을 집었는지를 파악,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이미지 정보 중에서 손님이 집은 일정 범위만을 상품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빨라져 대형 서버 등이 필요없다.
무인 편의점의 장점은 설치 카메라 대수가 적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30㎡짜리 매장의 초기 도입 비용은 500만~1000만 엔으로 아마존고에 비해 저렴하다.
심각한 일손 부족과 인터넷 쇼핑몰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일본의 소매업계.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방문 고객의 편리성도 향상시키는 무인 편의점은 당분간 업계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