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통계국은 21일(현지시간) 2018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이자 톈안먼 사태 여파로 경제가 침체한 1990년 이후 2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정부와 기업의 채무 삭감 부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연간 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함께 발표된 작년 4분기(10~12월) GDP 성장률은 6.4%였다. 이는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축소한 것으로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GDP와 별도로 발표한 다른 경제지표들은 예상보다 양호했다.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8.2% 증가해 시장 예상치 8.1% 증가를 웃돌았다.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7% 늘었다. 시장 예상치는 5.3% 증가였다. 2018년 전체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5.9% 늘었다. 증가율은 2017년(7.2% 증가)보다 축소했지만 예상치 6%보다는 양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창 전성기 때의 두 자리 성장세에 비하면 크게 둔화한 게 맞지만, 중국은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는 경제 대국이며, 경제 규모 확대에 힘입어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3분기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서로 주고받았다. 중국산 제품은 총 2500억 달러 어치가 추가 관세 대상으로, 이 때문에 이들 제품은 대미 수출이 크게 줄었다. 무역전쟁 영향이 표면화함에 따라 소비, 생산 모두 가을 이후 침체가 두드러진다. 부채 감축으로 중소 영세 등 민간 기업의 자금 사정도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2019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영향이 더욱 광범위해지면서 수출이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0~6.5%로, 지난해의 약 6.5%에서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이미 중국 정부가 금융 완화, 대규모 감세,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침체된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감세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최근 수개월간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에 중국증시 밸류에이션이 매우 매력적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약 24% 하락해 세계 주요 증시 벤치마크 중 최악의 성적을 냈던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약 5% 상승하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중국 증시는 GDP 발표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아시아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모건스탠리의 싱지창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성장률은 올 2분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경기에 대한 하방 압력이 강해지면 정부 대응도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소재 퍼시픽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담당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븐 창은 “무역 분쟁, 부채 감축, 소비자 신뢰 위축 등 ‘야성적 충동’ 부족이 중국 경제가 올해 직면한 주요 역풍”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연중 내내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