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 ‘필라이트’에 대항하는 발포주 ‘필굿’을 야심차게 선보인 가운데 패키지에 일본식 표현인 ‘HAPPOSHU(핫포슈)’를 표기해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오비맥주는 지난 16일 발포주 브랜드 ‘필굿’을 출시하고 약 2000억원 규모의 국내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2017년 4월 하이트진로는 국내 처음으로 발포주 ‘필라이트’, 2018년 4월 후속제품 ‘필라이트 후레쉬’를 선보인 바 있다. 발포주는 맥아함량이 10% 미만으로, 국내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되며, 주세율 30%만 적용된다. 반면 일반 레귤러 맥주에 붙는 주세는 72%에 달한다.
이번 오비맥주 ‘필굿’ 패키지에는 ‘HAPPOSHU’(핫포슈, 발포주의 일본어 발음)란 주종이 적혀있다.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표기한 것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필라이트’의 경우 제품 패키지 후면에‘기타주류’라고만 적혀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발포주의 유래가 일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기획 단계에서 ‘스파클링’이라고 쓸까 고민했는데 발포성 와인으로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 입장에서 ‘스파클링’의 경우 탄산을 연상시키기도 해서 실제 발포주 특성과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또, 발포주가 일본에서 처음 탄생했기 때문에 영어식 표현으로 ‘HAPPOSHU’라고도 쓰인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게 오비맥주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분명히 맥주는 아니기 때문에, 맥주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주종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핫포슈’를 전면에 내세웠다”면서 “핫포슈임을 당당하게 알리고 전면에 강조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일본 주세법에 따르면, 맥주는 일반 맥주, ‘핫포슈(發泡酒)’, 제3의 맥주로 나뉜다. 맥주 원료인 맥아 비율이 67% 이상이면 맥주, 이에 못 미치면 핫포슈다. 즉, 맥아 함량이 높을수록 주세도 더 많이 부과되는 식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맥아 함량을 줄이고 부재료를 더 넣어 세금을 줄인 발포주가 인기를 끌었다. 200년대 초반 한때 30%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5%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발포주는 레귤러 맥주보다 4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책정된다.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1만 원’으로 즐기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가성비’, ‘소확행’ 트렌드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국내 발포주의 가정용 시장점유율은 2017년 3%에서 지난해 6%로 2배 가량 확대됐다. 올해는 12%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시장을 선점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지난해 10월 출시 1년 6개월 만에 4억 캔(355㎖)을 판매하는 등 발포주 시장 급성장세에 롯데주류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