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제맥주 계열사간 ‘백두산’ 브랜드에 대한 신경전이 거세다.
LF 계열 주류 유통회사인 인덜지와 오비맥주 자회사 핸드앤몰트는 브랜드네임과 원재료를 두고 ‘백두산’ 원조 논쟁이 한창이다. 남북 화해무드 조성으로 대동강맥주, 금강산 관광 등 북한과 관련된 상품이 주목받으면서 이들은 수제맥주 시장에서 ‘백두산’ 이미지를 먼저 각인시키기 위해 관련 제품 출시에 나선 상황이다.
14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LF그룹이 인수한 주류유통업체 인덜지는 수제맥주 신제품 산(山)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인덜지는 산 시리즈의 일환으로 ‘백두산 맥주’를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브랜드 상표권 등록 등의 문제로 2월 이후로 출시를 연기한 상태다.
인덜지의 브루어리(맥주공장)는 강원도 고성, 핸드앤몰트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해 있다. 공장은 각각 강원도와 경기도지만 이들의 주요 수원지는 공통적으로 백두산이다. 두 회사 모두 민족의 명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백두산 물을 사용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품을 먼저 출시한 핸드앤몰트가 현재까지 백두산 이미지 활용에 앞서 있다는 평가다. ‘최초’의 백두산 물을 사용한 맥주라는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또 남과 북의 대표 수원지의 물을 더해 민족의 화합을 이끈다는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핸드앤몰트의 접근이 신선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변수는 상표권이다. 인덜지는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앞서 ‘금강산 골든에일’과 ‘한라산 위트’를 선보여온 인덜지는 ‘산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백두산을 비롯해 △남산 △북한산 △설악산 등의 상표 출원을 마친 상태다. 다만 특정 지명 등 고유명사만으로 상표권을 출원할 경우 등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백두산 맥주는 ‘문베어 브루잉 백두산 IPA’라는 브랜드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백두산 맥주 논란에 대해 거대 글로벌 맥주기업인 AB인베브와 패션으로 시작해 사업다각화에 나선 토종 기업 LF의 대리전 양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결국 유통망 싸움이다. AB인베브가 핸드앤몰트를 통해 소원페일에일을 먼저 선보인데다 동남아 등 해외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지만 LF의 인덜지가 상표권 등록에 성공한다면 미투상품인 일명 ‘짝퉁’ 브랜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국내에서는 핸드앤몰트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