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를 위해 자신의 수입의 70%를 저축에 돌리거나 임대료를 아끼고자 배 위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목격한 젊은 세대들이 그만큼 절약하는 생활 풍토에 익숙해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시대상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한 사무실에 이달 초 30명 가까운 남녀가 모였다. FIRE 운동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참가자들은 절세나 부동산 투자, 근검절약을 돕는 앱 사용법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2시간에 걸쳐 토론했다.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정신적인 이슈도 화제에 올랐다.
이 회합을 주재한 사람은 34세의 엔지니어인 데이비드 로드리게스다. 그는 2년 전부터 매월 이 모임을 주최했는데 당초 5명 정도였던 참가자가 계속 늘어나 FIRE 열기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참가자 상당수는 20~30대의 화이트컬러다. 자신도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로드리게스는 “어디까지 절약할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젊은 나이에 일정액을 저축하면 나머지 인생을 자유롭게 사는 선택지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국은 일본과 같은 정년제도는 없지만 지금까지 65세 은퇴가 하나의 기준으로 여겨졌다. 종신고용이 아니어서 평생 여러 차례 직장을 바꾸는 경우가 빈번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FIRE 확대 배경에는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주식회사 미국’에 바치는 것에 의문을 느끼는 사람들의 존재가 있다.
38세 여성인 자밀라 스프랜트는 “교통정체에 출퇴근으로 4시간이 걸렸다”며 “어느 날 갑자기 이는 내가 추구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남편과 함께 2년간 총 16만9000달러(약 1억9000만 원)를 저축했다. 그 경험을 블로그와 팟캐스트로 전달했다. 그의 팟캐스트는 50만 회 가까이 다운로드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부부는 여가 시간에 부업을 시작했으며 외식과 엔터테인먼트는 최대한 자제하고 남은 돈을 저축과 투자로 돌렸다. 지난해 가을, 부부는 회사 근무를 그만둘 수 있었다.
미국 젊은이들이 FIRE 운동에 매료되는 이유에 대해 신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을 하는 시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쳤다. 이에 다른 세대보다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에 대한 회의심이 강하다. 또 멈출 줄 모르는 등록금 급등으로 거액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자 일을 열심히 해도 금융위기 등으로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생활의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자밀라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나 호텔 숙박 등은 할 수 없겠지만 대신 얻을 수 있는 자유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FIRE 운동은 아직 일부에서만 나타나고 일정 이상의 수입이 없으면 시도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현대 히피족 문화의 일부로 단순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소비가 70%를 차지하는 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강해지는 이런 절약 지향적인 삶은 경제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