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에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투표 결과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19표차로 메이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앞서 제1야당 노동당은 전날 메이 정부와 EU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230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되자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노동당을 포함해 야당이 일제히 찬성표를 던졌으나 전날 합의안에 반대했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모두 이번에는 메이 정권 유지에 투표했다. 이는 정권을 내주기 싫은 여당 의원들이 불신임안에는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과 일치한다.
이제 관심은 메이 총리가 21일까지 내놓을 ‘플랜 B(대안)’에 쏠렸다. 하원은 메이 총리가 대안을 제시하면 오는 30일까지 투표를 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의회 지지를 얻고자 각 당 간부와 개별 회담을 거듭해 국내 의견을 조율하고 나서 EU와 재협상에 임하려 한다.
메이 총리는 투표가 끝나자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어떻게 해소할지 논의하고자 야당 지도자들을 초청했다. 그는 “하원의 어떤 구성원과도 브렉시트로 나아가기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원이 영국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리가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 전망을 배제하지 않는 한 논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코빈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3월 29일 혼란스러운 브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며 야당들에 합의안을 받아들이라는 협박장을 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미 브렉시트를 놓고 각 당, 심지어 이들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EU와 확실한 결별을 요구하는 브렉시트 강경파는 물론 정반대로 제2국민투표를 통해 EU 잔류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목소리가 다양해 메이 총리가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EU 측에서 메이 총리가 제시한 플랜 B를 일축할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관계자들은 최근 수 주간 플랜 B가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메이와 EU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방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브렉시트 연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영국이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면 EU 정상들이 브렉시트 연기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