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남북 경협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높고 중국 동포의 동질성 또한 우리나라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막연한 협력을 기대하기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16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북한경제 실상과 경협여건 컨퍼런스’에 참석해 “지난해 9월 평양과 북중 접경지역을 다녀오면서 북한 경제 실상을 가장 가까운데 가서 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컨퍼런스는 박 회장과 대한상의 회장단이 작년 10월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한 후 기획된 만큼 300여 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박 회장은 “중국이란 존재는 과연 북한에 어떤 존재인가를 직접 가서 보니 첫 번째 든 생각은 남북 경제협력이 쉽지많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우리에게는 남북간 동일 민족, 동일 언어 등 문화적 동질성 같은 분명한 강점이 있다”면서도 “중국, 특히 동북 3성에 있는 조선족 기업가들는 (우리의) 동질성 이상으로 뿌리가 깊은 동질성 가진 조선에 뿌리를 둔 분들이 100만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막연히 (경제협력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깊이 연구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의 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중국이 사업경험 풍부하고 북한식 말투까지 같은 조선족 기업가, 사회주의 체제적 동질성, 막대한 자금력 등 우리보다 앞선 경쟁요소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북한과 중국 경제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석해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중국과 조선족 기업가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춘복 중국 남개대 교수, 안국산 중국 연변대 조선반도연구원 경제연구소장, 토론패널은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신혜성 통일부 남북경협과장이 참여했다.
이춘복 교수는 ‘북한의 정책노선 전환과 북중경협 전망’ 발표를 통해 “북한주민이 김정은 위원장에 거는 기대는 경제강국, 부국의 실현이다”며 “이런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나온 ‘새로운 길’은 자력경제 기반구축과 한중러, 다자협력을 통한 부분적 제재완화를 내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북한의 경제개방은 북·중 접경지역 중심으로 중국의 특구개발 방식을 모델로 삼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중 관계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남·북·중 3자협력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국산 경제연구소장은 ‘북한의 경제현황과 대외경협 여건’ 발표를 통해 “북한경제는 이미 생산물 전부를 국가에 납부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자율생산, 일정량만 국가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기업소가 자율처분이 가능한 도급제로 전환 중”이며 “도급제는 이미 도시에서 기업생산 도급제, 농촌에서 포전담당제 형태로 많이 보급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북한경협 여건에 있어 중국내 조선족 기업가들이 대북사업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서 “조선족 기업가들은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북한시장에 단독 진출하거나 중국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는데 가교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