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인사말에서 새해 경제정책에 대한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국회에 구조적 침체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운용의 묘까지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작년 말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개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정책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다.
대한상의 신년인사회는 경제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가 참석해 결의를 다지고 격려하는 경제계 최대행사로, 올해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야 대표 등 역대 최대 규모인 정·관·재계인사 15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정책에서 ‘언행불일치’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를 25회나 언급하는 등 규제완화와 혁신성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책기조는 꿈쩍도 하지 않아 기업들은 밀어붙이기식 최저임금 인상, 탄력근로제 등 다방면에서 경영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박 회장은 지난해 1인당 소득 3만 달러·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전기 마련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경제 하향세를 되돌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들 대부분은 그 원인이나 해법이 이미 다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기간 단기 이슈나 이해관계라는 허들에 막혀 변화의 동력을 잃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선택의 논쟁을 끝내는 사회적 담론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성장과 분배냐 하는 이분법적인 선택의 논쟁을 끝내야 하는 시기”라며 “성장은 시장에서 자발적인 성장이 나오도록 규제나 제도 같은 플랫폼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반면에 분배는 사회 안전망 확충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모적 논란에서 벗어나 이들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 마련에 국가의 역량을 모아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일자리, 규제, 노사갈등 등 현안 해결을 위해 경제와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규제 시스템이 성장과 혁신을 막고 있는데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또 사회 안전망이 취약해 실직에 대한 공포가 항상 상존하는데 선진국 수준의 고용 유연성을 갖추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현안들은 경제와 사회라는 전체적인(Holistic) 관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가자”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국회와 정부에 “한국경제에 실제 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경제에 꼭 필요한 해결책이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극 중재하고 설득해주시는 한편 경제계도 경제 활력과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책임있는 자세로 솔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