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에 따르면 31일 오후 기준 엔화는 달러당 110.4엔 수준에 거래돼 올해 들어 2% 이상 상승했다. 올해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달러 대비 10개 주요국 통화 중 9개 통화의 가치가 하락했지만 엔화만 홀로 강세를 누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공식 외화보유액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로,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는 미국 달러(61.9%), 유로(20.5%)에 이어 IMF가 가장 많이 보유한 외화자산이 됐다.
영국 파운드와 유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혼란과 이탈리아 재정 불안 등으로 고전했다. 파운드는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6% 넘게 하락했고 유로는 4.8%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도 1.1% 하락했다.
원자재 시장과 연계해 움직이는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는 무역 전쟁과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올해 각각 7.8%, 9.6%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취약 통화는 14% 이상 급락했다. 한국 원화도 4%가량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엔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도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달러 리스크를 주시하면서 엔화 등으로 통화 다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샤하브 잘리누스 글로벌 외환전략 총괄은 “내년에도 세계 경제에 역풍이 불어 위험자산에 부정적인 환경이 이어진다면 엔화는 ‘부전승’을 거둬 4년 연속 연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내년 말 전망치는 달러당 109엔이지만 일부에서는 엔화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마빈 바스는 “내년 말까지 달러당 107엔까지 기록할 수 있다”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엔은 꽤 평가절하됐기 때문에 달러당 107엔은 대단히 절상된 수준도 아니지만, 다른 통화보다는 높은 수익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