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협정에 서명한 나라는 호주와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으로, 이들 11개국은 세계 총생산(GDP)에서 13.9%, 세계 무역량의 15.2% 비중을 각각 차지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서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자유무역 지대가 탄생한 셈이다.
협정은 6개국 이상이 자국 의회의 비준을 받으면 그 시점부터 60일 이후 발효된다는 조항에 따라 멕시코,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가 국내 절차를 마치면서 이날 발효됐다. 6개국은 먼저 이날 1차 관세 인하에 돌입했으며 내년 1월 14일 7번째 비준국인 베트남이 관세 인하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준안이 의회에 계류 중인 나머지 4개국은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브루나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자국 비준 절차를 완료하고 나서 60일 후 협정이 개별 발효된다.
협정의 골자는 참여국 간 상품 교역에 관세를 즉각적으로 철폐하거나 최장 21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교역 자유화다. 나라별로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부분적 감세나 저율 관세할당(TRQ), 장기적 철폐가 적용된다.
호주는 참여국들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한 5% 관세를 즉시 철폐했고 캐나다는 6.1%의 자동차 관세를 5년 차에 없애기로 했다. 베트남도 자동차 관세를 70%에서 1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앤다. 일본은 수입 쇠고기 관세를 기존 38.5%에서 16년에 걸쳐 9%로 낮추고 와인에 대한 15% 관세는 단계별로 인하하다가 2025년 완전히 철폐한다.
CPTPP는 전자상거래, 노동, 환경, 국영기업(SOE), 중소기업(SME) 등 새로운 경제·통상 현안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교역국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이를 제한할 가능성을 열어뒀고 참여국들이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를 추구하도록 한 규정을 포함했으며 중소기업이 협정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원산지 판정 시 생산 재료와 공정을 모두 누적해 고려하는 완전 누적도 일부 품목에 도입한다.
협정은 2016년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신이다. 미국 등 12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무역협정으로 TPP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지난해 1월 탈퇴했다. 이에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미국·일본 주도로 환태평양 경제협력체를 형성한다는 애초 목적이 퇴색하고 세계 GDP의 37.5%에 달했던 규모도 쪼그라들면서 TPP는 한때 무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나머지 11개국은 상품 양허 협상 결과를 유지하되 미국이 주장한 지식재산권·투자·정부 조달·환경 등 부문에서 29개 조항을 적용을 유예하는 데 합의하고 명칭을 CPTPP로 바꿔 올해 3월 협정에 서명했다. 각국의 의회 비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역 전쟁 등 통상 환경이 악화하면서 참여국들은 비준 절차 처리에 속도를 냈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태국, 대만 등도 이 협정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