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편의점의 ‘유통 맹주’ 바통을 이어받았다. 편의점은 최근 출점 절벽에 내몰리면서 예년보다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면세점은 유통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20%대 성장률을 보이며 고공행진 중이다. 면세점의 이 같은 성장세는 입국장 면세점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달까지 누적 158억 1485만 달러(17조 3617억 원)를 기록했다. 12월 실적이 더해지면 면세점 업계의 연초 매출 전망치인 18조 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특수로 올해 최대 19조 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는다. 19조 원을 기록하면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하는 셈이다.
개별 면세점 매출 성적에서도 면세점의 ‘나홀로’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명동 본점)은 1~11월까지 3조 853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올해 매출 4조 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각각 3조 1620억 원과 1조 6869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지난해 4월부터 유커의 발길이 끊겼지만 중국 보따리상의 활약이 국내 면세점 매출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한 뒤 중국에 다시 되파는 상인들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중국 보따리상이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 많게는 80%까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면세점 매출은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코엑스에 새롭게 문을 연 데다 내년 입국장면세점까지 오픈하고 유커까지 귀환하게 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방한 가능성이 다시 커졌고 지난해보다 올해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도 늘었다”며 “아직은 5% 미만이지만 이들 매출이 내년에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시장을 낙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생기고, 내년에는 입국장 면세점이 시범 시행되는 등 정부가 신규 사업자를 더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면세점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면세점 매출은 2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면세점 매출을 이끈 중국인 따이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면 중국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내년부터 이들은 국내에서 산 제품을 중국 현지 온라인에서 되팔 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