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등 8개 대기업집단은 총수를 비롯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아 총수일가의 책임 경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외이사와 내부거래위원회 등 이사회의 경영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상정 안건 중 원안가결 비율이 거의 100%에 달해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56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의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1.8%(386개 사)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8.7%(155개 사)에 불과했다.
총수일가는 주력회사(46.7%)와 지주회사(86.4%),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65.4%)에 집중적으로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회사(97개 사)의 75.3%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52개 사) 및 사각지대 회사(21개 사)였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가 주력회사, 지주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등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한 점은 총수일가의 책임경영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49개 집단 가운데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태광, 이랜드, DB,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한솔 등 14개 집단(28.6%)이다.
이 중 한화, 신세계, CJ, 미래에셋, 태광, 이랜드, DB, 동국제강 등 8개 집단의 경우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
56개 대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사 이사회의 경영 감시자인 사외이사 수는 총 787명으로 전체 이사 중 50.1%를 차지했다. 이들 상장사가 상법 등 관련법에 따라 선임해야하는 사외이사 수(703명)보다 84명 더 많은 것이다.
또 253개 상장회사는 법상 최소 기준을 넘겨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내부거래위원회는 법상 설치의무가 없음에도 최근 5년 새 12.5%P(포인트) 늘었다. 이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위의 정책 추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사회 및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중 원안가결 비율이 99.5%에 이르는데다 내부거래안건의 경우 수의계약 사유조차 적시되지 않은 안건이 81.7%에 달했다.
신 국장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확대는 일감몰아주기 예방차원에서 바람직한 부분이지만 실제로 내부거래안건이 올라가면 예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기업 스스로 내부거래위원회를 충실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총회 소집청구권과 이사해임 청구권 등 소수주주권 행사 건수는 최근 1년간 14건에 불과했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비율(6.4%P↑)과 반대비율(3.7%P↑)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영향으로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