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 열린 만찬에 앞서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후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비판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정치 지도자들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냉전이든 열전이든 또는 무역 전쟁이든 어떤 형태의 대립도 승자를 배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벽을 세우고 경제 관계를 근절하려는 시도는 경제 법칙과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근시안적인 접근이며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문을 닫으면 세계 나머지 지역과 단절돼 방향을 잃을 것”이라고 미국을 향해 경고했다.
뒤이어 연설한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시 주석과 중국을 매우 존중하지만 중국이 수년간 미국을 이용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맞받아쳤다.
그는 강제적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절취 등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중국이 변하기 전까지 길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백악관이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새 관세를 도입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고 위협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는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덧붙였다.
일대일로에 대해서도 시 주석과 펜스 부통령은 설전을 이어갔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계획은 협력을 위한 개방된 플랫폼”이라며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특정한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대일로는 누군가가 이름 붙이려 하는 ‘부채의 덫’이 아니다”라며 “이는 공통된 개발을 세계에 가져오는 투명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일부 프로젝트 대출 조건은 종종 모호하며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더 나은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우리는 파트너를 빚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고 강압하거나 주권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시 주석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치열했던 전투들을 언급하면서 “인류를 커다란 참사로 몰고 갔던 곳이 여기서 멀지 않다”며 “이런 비극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세계화를 지속하고 오만과 편견은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미국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의 해군기지를 공동으로 재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