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지엠)의 연구개발 법인분리를 둘러싼 노사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노사 양측과 산은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노사의 엇갈린 입장 탓에 협의체 구성이 끝내 무산됐다.
12일 자동차업계와 한국지엠 노조 등에 따르면 산은이 제안한 노사 양측과 산은의 3자 협의체 구성은 결국 무산됐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과 산은의 경영정상화 합의 내용을 공개한다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놓은 반면, 사측은 "노조를 제외한 채 산은과의 양자 간 협의를 먼저 진행하자"고 제안하면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앞서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2시 한국지엠 인천 부평 본관에서 한국지엠 사측과 노조, 산은 등 3자 간 1차 실무협의체를 열어 '법인분리' 문제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 법인분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사측과 이에 반대하며 파업으로 맞서려는 노조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한국지엠 미래발전 협의체 구성제안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을 통해 "(3자)협의체는 기구의 위상, 논의대상, 논의의 구속력 여부 등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것이 없어 GM 자본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반발했다.
나아가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GM과 산은이 체결한 합의서 내용 등을 공개하라"는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요구들이 받아들여 진다면 협의체 지속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조건부로 3자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를 제외한 산은과의 양자 협의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측은 "산은과의 이견을 좁히고, 한국에서의 장기적인 성공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협의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먼저 한국지엠과 산업은행 양자 간의 미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3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대화의 형식이 자칫 복잡성을 유발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진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3자 협의체 구성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한국지엠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측이 법인분리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역시 총파업으로 맞서는 형국인 셈이다. 산은의 중제 역시 난관에 봉착하면서 향후 총파업 우려도 더욱 커진 상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게 우선"이라며 "이후 노조와 대화를 통해 충분히 법인분리의 의미를 설명하는게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