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도쿄올림픽서 ‘타이완’ 볼까…24일 국민투표

입력 2018-11-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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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좌시하지 않을 것” 경고

▲지난 4월 7일(현지시각)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대만 국호를 지켜야 한다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석자가 슬로건을 들고 있다. 가오슝/EPA연합뉴스
▲지난 4월 7일(현지시각)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대만 국호를 지켜야 한다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석자가 슬로건을 들고 있다. 가오슝/EPA연합뉴스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에서 ‘대만(영문 타이완)’ 팀을 볼 수 있을까. 중국과 대만의 오랜 자존심 싸움을 둘러싼 투표가 오는 24일 치러진다. 대만은 그간 올림픽 출전 시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을 써왔지만 최근 ‘타이완’ 명칭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는 24일 대만 지방선거일에 올림픽 선수단의 명칭 변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함께 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전체 유권자 1900만 명 중 25%가 찬성하고 반대표가 더 많지 않으면 ‘타이완’이 올림픽 팀명으로 정해진다.

대만의 국제대회 명칭이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된 것은 복잡한 외교 문제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대만공화국이라는 명칭으로 국제대회와 유엔(UN) 등에 참여했지만 1972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은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협의를 거쳐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 앞에 ‘차이니스’를 붙여 올림픽에 참여하도록 했다. 대만과 중국은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중국(China)’ 명칭을 사용하려 해왔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적절한 타협안이었다. 대만은 ‘차이니스’라는 타이틀과 함께 다시 국제무대에 서게 됐고, 중국은 대만이 독립국이 아니라 자국의 일부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명분으로 여겼다.

그러나 대만의 민주화가 이뤄진 지 30년이 지난 상황에서 대만인들은 더 이상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서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만 국호 복귀 운동을 주도하는 ‘도쿄올림픽 팀 타이완 캠페인’ 측은 “1956년, 1960년, 1964년, 1968년 올림픽에서는 ‘타이완’ 또는 ‘포모사’를 팀명으로 사용했다”며 “이번 투표는 원래 명칭을 다시 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모사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으로 포르투갈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대만이 올림픽 팀 이름 변경을 국민투표에까지 붙이게 된 것은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청원 정족수가 기존 94만 명에서 28만 명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작된 올림픽팀 이름 변경 청원에 43만 명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대만의 올림픽 팀명 변경은 기존 합의를 어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투표 회부가 결정된 뒤 중국 IOC 관계자는 “타이완 명칭이 통과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썩은 과일을 삼키지 말고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데 만족하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동아시아올림픽위원회(EAOC) 임시이사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8월로 예정됐던 대만 타이중시의 제1회 동아시아유스게임이 취소됐다.

타이완 캠페인은 이번 명칭 변경이 대만 독립을 위한 포석 등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단체는 “대만 첫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치청 등 중립적인 인물도 이번 명칭 변경을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아닌 대만을 대표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존중한다”며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만 선수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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