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법칙이 바뀐 것일까. 버크셔가 최근 브라질과 인도의 핀테크 업체에 6억 달러(약 6852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는 브라질 신용카드 처리기 회사 스톤코와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티엠에 6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동안 버크셔는 “모르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버핏의 방침 하에 코카콜라 같은 우량기업이나 유틸리티·보험사 같이 미국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사업에만 집중해왔다. 버핏은 정보기술(IT)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며 IBM을 제외하고는 투자를 지양해왔다.
그러나 버핏의 후계자로 꼽히는 버크셔의 자금 운용 담당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슐러는 버핏의 방침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투자를 이끌고 있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대학 로버트 H. 스미스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토드와 테드는 탁월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버크셔의 투자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지난 8월 페이티엠 지분을 3억 달러에 매입했고, 지난주 기업공개(IPO)한 스톤코의 주식 1420만주를 사들였다. 공모가가 주당 24달러임을 감안하면 투자액은 총 3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2014년 출범한 스톤코는 브라질에서 4번째로 큰 결제 처리기 회사이며, 페이티엠은 이용자가 3억 명으로 세계적인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보다 이용자가 많다.
WSJ는 버크셔의 투자는 올 9월까지 전 세계에서 약 350억 달러 규모의 벤처 캐피털을 유치한 핀테크 산업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버크셔는 지금까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투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버핏은 2016년 이후부터 애플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6월 말 시점에 버크셔는 애플 주식 2억5100만 주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부상했다.
올해로 88세인 버핏 회장은 버크셔의 투자를 계속 지휘하고는 있지만 콤스와 웨슐러, 최근 승진한 아지트 자인과 그렉 아벨 4명이 사실상 버크셔의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스톤코의 주가는 지난주 IPO 후 첫 2거래일 동안 30% 상승해 31.09달러를 기록했다. 스톤코의 티아고 도스 산토스 피아우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우리는 버크셔를 매우 장기적인 투자자로 봤다”고 말했다.
버핏은 스톤코 인수에 대한 언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어디까지나 콤스와 웨슐러 두 사람의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