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을 열고 “12월 당 대회에서 대표직에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며 당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10월 의회 선거에서 연패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2021년 임기까지는 채우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메르켈 정권의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메르켈은 2000년 기민당 당수로 취임한 후 2005년부터 총리 자리에 올랐다. 작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연이어 네 번째 총리직을 맡아왔다. 이번 임기까지 채우면 한때 정치적 스승이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이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하고, 전날 치러진 헤센 주 선거에서 기민당의 득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오면서 메르켈 총리의 심리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와 총리는 동일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권 운영의 혼란 등으로 여당 지지율이 하락, 당내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정권이 당장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후임으로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당 사무총장과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방침이다.
새로운 당 대표는 다음 연방의회(하원) 선거에 총리 후보로 나서게 돼 사실상 메르켈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단계적으로 차기 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줄 의도다.
독일에서 여당 당 대표와 총리를 각각 다른 인물이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각 당의 대표는 총리 후보로서 선거에서 싸워야 하며, 승리한 정당의 당 대표가 원칙적으로 총리에 취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