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은 고성장 지역이다. 10개 회원국의 총인구는 6억4000만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심화에 따라 생산 거점이나 원자재 조달 지역을 중국에서 아세안 국가로 옮기는 기업이 늘면서 어부지리를 누리는 지역으로 꼽혔다.
경제 전망도 밝다.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아세안은 가장 매력적”이라면서 동남아의 경제와 시장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IMF는 최근 전망에서 전 세계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을 0.4%포인트 하향 조정했으나 아세안 주요 5개국은 0.1%포인트 하향 조정에 그쳤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이 두 자릿수에 도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금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쉬운 5개 신흥국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 적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대비 2.3%로 아르헨티나의 4.9%, 터키 5.5%보다는 양호하다. 대외 채무 부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채 보유 비율이 40%이며 다른 아세안 국가의 높은 금리가 현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기 쉽다.
이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5월부터 기준금리를 5번 인상했다. 23일에는 5.75%로 동결했으나 루피아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조만간 6%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키쿠치 시노부 미즈호 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세계 투자자의 눈을 의식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외국계 투자 펀드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베트남과 일본 기업의 투자가 많은 태국 등에도 이러한 지적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