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IMF는 이날 배포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세계 금융시스템에 리스크가 축적되고 있다며 무역 긴장이 한층 심화하면 금융시장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는 일 년에 두 차례 발행되며 세계 금융시스템 상황과 리스크에 대한 IMF의 진단을 담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9~14일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나왔다.
보고서는 “반년 만에 세계 금융 안정을 둘러싼 단기 리스크가 다소 높아졌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장기간에 걸친 무역 긴장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면 금융 상황이 급격히 악화해 세계 경제성장과 금융 안정성에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일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실현되면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관세 인상을 반영해 IMF는 이번 주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3.7%로 제시했다. 이는 여전히 견실한 성장세다. 그러나 보고서는 “주요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은 물론 무역 갈등의 고조는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글로벌 자본시장의 광범위한 조정과 금융 조건의 급격한 긴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특히 신흥국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과 그 무역 파트너들의 긴장이 지속되면서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시장에서 앞으로 4분기에 걸쳐 1000억 달러(약 113조 원) 규모 또는 그이상의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5%”라고 내다봤다. 자본유출 규모는 해당 신흥국들 국내총생산(GDP) 총액의 0.6%에 해당하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 재정위기에 직면했던 2011년 당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신흥국들이 추가 자본유출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건전한 재정정책 체계 확립과 충실한 외환 확보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중국에 대해서 IMF는 금융 여건이 광범위하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가 부실 채권 감축 등 경제 개혁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IMF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올해 네 번째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15일부터 시행되는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7500억 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중국이 받는 외부 압력이 커진 가운데 지준율 인하와 다른 경기부양책은 단기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중기적으로 금융안정성에 더 큰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중국은 재정적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진전을 되돌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