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업계의 대표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테슬라는 최근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잇따른 실언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팟캐스트에 출연해 마리화나를 피웠던 날에는 주가가 6%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모델3 생산은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고 전해졌으나 생산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지난 1년간 테슬라의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테슬라의 빈자리를 노리는 것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이다. 텐센트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은 니오는 12일 뉴욕증시에 상장해 10억 달러(약 1조1290억 원)를 조달했으며 거래 첫날 주가가 76%나 폭등했다. 전 세계 300만 대의 전기자동차 중 3분의 2가 중국에서 생산·사용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에서 생산된 친환경 자동차의 수는 50만 대에 달한다.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유럽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해 앞으로 현지 자동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매달 150만 대의 신차 면허가 발급되고 있다. 이는 석유 수요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개입한다면 전기자동차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몇몇 대도시들은 이미 전기자동차 사용을 강제하기 위한 정책을 내놨다.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시는 환경보호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차량 번호판 발급에 제한을 두고 있다. 기존 경유·휘발유 차량 번호판은 경매와 추첨 등으로 높은 경쟁률을 넘어서야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차량은 발급량을 넉넉하게 할당해 당첨률이 높다. 버틀러 칼럼니스트는 전기자동차 업계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정부의 강제성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들은 대규모 소비 시장을 바탕으로 생산 단가도 절감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자동차 업계의 성장은 배터리 제조업계의 약진으로 이어져 관련 기술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의 생산 능력이 2020년까지 5배 가까이 늘어나 테슬라와 LG화학을 누르고 업계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버틀러 칼럼니스트는 “유럽과 미국이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선진국의 시장 지배력을 인정하면서도 “전기자동차 업계의 중대한 변화는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발 에너지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에너지 회사들은 중국의 석유 소비 증가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