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개발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기 파이프라인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증치료제와 항암제를 개발해 바이오 신약 분야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2006년 코오롱생명과학이 출범하면서 발족한 코오롱생명과학연구소는 현재 117명의 연구원이 활발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연구소 조직을 사업본부별로 구분했다. 바이오사업본부에 속한 바이오신약연구소는 연구기획팀, 분자생물팀 등으로 세분돼 있으며, 신약연구소와 별도로 의학팀과 임상팀을 나누어 바이오 치료제 임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19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근본적 치료제(DMOAD)를 목표로 하는 혁신 신약이다. 사람의 정상 동종연골세포와 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가진 세포를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로 간단히 투여해 골관절염을 치료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시료 사용 허가를 받아 미국 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신경병증성 유전자 통증치료제 ‘KLS-2031’과 종양살상바이러스 ‘KLS-3020’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정상인이 통증으로 느끼지 않은 자극을 인식해 고통을 겪는 감각신경계 질환이다. 국제통증연구학회(IASP)에 따르면 25%의 2형 당뇨 환자와 28%의 다발성 경화증 환자, 67%의 척수손상 환자 등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통증 기전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KLS-3020은 통증신경 생성을 차단하고 손상된 신경을 보호하며,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동물 모델에서 장기적 진통 효과를 확인하면서 만성 통증 환자의 치료 가능성을 봤다. 또한 중추신경계 안전성 약리 시험을 통해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에 대한 영향이 없는 점도 확인했다. 연내 미국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내년에 미국 임상 1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우선 디스크성 통증과 같은 국소 부위 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증성 통증을 타깃으로 개발해 효과를 확인한 다음 적응증을 확대할 방침이다.
종양 살상 바이러스 항암제 KLS-3020은 2012년 개발을 시작했다. KLS-3020은 약 성분인 바이러스를 종양세포에 투입하면 이 바이러스가 증식해 종양세포를 터뜨리고, 면역세포들이 몰려들어 종양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라젠의 ‘펙사벡’과 비슷한 작용기전이다.
펙사벡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중이라 KLS-3020은 후발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KLS-3020에 특허받은 ‘폭스바이러스 프로모터’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치료 유전자의 발현율을 높여 유전자 치료제의 효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동물 모델을 통해 낮은 투여 용량에서도 높은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최종 물질 비임상 및 임상 시료 생산 위탁 계약이 완료돼 2019년 임상시험 진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종 물질의 동물 모델 내 분포, 독성 및 유효성 확인 등 비임상 시험을 거쳐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상반기 120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매출액의 18.5% 규모다. 신약개발에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점을 고려해 회사는 바이오 신약 개발 가시화에 따라 국내외 개발처 및 판매처와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구축된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연구개발력을 바탕으로 추가 아이템을 발굴하고 라이선스 인·아웃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