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이양시는 10여 년 전 빚을 내 대규모 개발에 나섰으나 5년 전부터 시의 근간이 되는 석탄채굴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재정 수입이 급감해 채무 위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월 시 정부는 교육과 건강 등 사회 복지서비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5월에는 급기야 공무원 임금이 일주일 이상 체납되는 일도 발생하자 긴급 자금을 풀었다. 몇 주 후에는 시가 소유한 기업들이 건설 개발이 부진하면서 부채 상환에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주말 기름을 붓는 일이 벌어졌다. 시 정부가 공립학교의 교실이 과밀하면서 학생들을 주변의 사립학교로 보내기로 하면서다. 사립학교는 공립학교보다 교육비가 훨씬 비싸다. 게다가 WSJ에 따르면 일부 사립학교는 교육 여건이 오히려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백 명의 학부모가 시위에 나섰다. 석탄사업에 투자한 레이양시의 한 사업가는 “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무능력에 너무 실망한 가운데 불만이 크게 누적된 상태”라면서 “시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1일 시위 참가자 중 일부가 폭력을 행사해 4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지방정부 당국이 사립학교 수업료를 공립학교 수준으로 제한하고, 교육 환경 등을 검토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약속하면서 시위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WSJ은 레이양시의 부채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리라고 봤다. 레이양시뿐만 아니라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지방 정부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 전문가이자 분석가인 프레이저 하위는 WSJ에 “중국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더 큰 문제는 신뢰가 무너진 것이고,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배가 전복했을 때 수심이 60m인지 600m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맥쿼리그룹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부채는 12조 달러 규모의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46%나 차지한다.
중국 관영 세계경제정치연구소(IWEP)의 한 익명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숨겨진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3조5700억 위안에 이른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집계한 18조5800위안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레이양시만 해도 224억4000만 위안의 부채를 떠안았다. 이는 시가 거둔 세수의 111%나 된다.
레이양시에서 지난 주말 시위가 있기 전, 지역 주민은 4억3000만 위안의 유지 비용이 드는 새 스포츠센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주민은 “지방 정부가 기초 교육은 무시하면서 허영 가득한 사업만 벌이고 납세자들의 피와 땀을 마구 쓰고 있다”며 소셜미디어(SNS)에 비판 글을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