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화재가 ‘국가의 실패’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날 밤 일어난 대형화재로 1818년 건립된 국립박물관이 전소한 것은 물론 200년 동안 수집했던 역사와 과학 방면에 가치 있는 인류의 보물들이 사라지게 됐다. 브라질 최초 여성으로 알려지고 ‘루지아(Luzia)’라는 이름이 붙은 화석, 이집트 미이라, 에트루리아 유물 등을 포함해 막대한 양의 전시품이 모두 잿더미가 된 것이다.
리우 박물관은 브라질에 있어서 영국의 대영제국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과 같은 의미였다고 FT는 전했다.
많은 사람이 이번 화재를 브라질 정부의 수년에 걸친 업무태만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국가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선진국처럼 막대한 돈을 지출하지만 교육과 치안, 건강 등 공공 서비스 질은 형편없다고 비판해왔다.
브라질 경제는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데 정치인들은 부정부패로 막대한 세수를 뒤로 빼돌리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지난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은 기업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테메르 내각의 전 장관도 지난해 아파트에서 5100만 헤알(약 136억 원)의 현찰이 발견돼 현재 감옥에 갇혀있다.
한 분노한 브라질 유권자는 왓츠앱에 “박물관을 재건하는 비용은 약 1억 헤알이 들 것”이라며 “여행가방에 5100만 헤알을 넣어둔 정치인 두 명이 쉽게 이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현지 언론매체는 국립박물관 유지·보수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이번 화재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박물관 관리를 재정이 열악한 리우데자네이루연방대학이 맡아왔다. 이 대학은 최근 수년간 다른 주요 건물에 화재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