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 CNBC가 인용한 소식통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IPO의 뜻을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최근 국제유가 회복으로 사우디 재정에 대한 압박이 줄면서 IPO가 덜 시급해졌다는 게 소식통 설명이다.
아람코 IPO는 빈 살만 왕세자의 사우디 경제 개혁을 위한 야심 찬 계획 중 하나였다. 상장 계획을 세우던 2016년 당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에서 3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내림세를 지속했다. 사우디 예산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IPO로 1000억 달러(약 112조 원) 자금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국부펀드를 확장하고 사우디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비전 2030’도 세웠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가치가 애플 시총의 2배가 넘는 2조 달러라고 주장했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그 절반 선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뉴욕, 런던, 홍콩 등 국제 증권거래소가 아람코를 상장 유치하기 위해 경쟁했다. 런던 금융감독청(FCA)은 아람코 상장 유치를 위해 규정을 완화하면서 의회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트위터에 “사우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아람코 IPO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도 NYSE를 선호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아람코가 엄격한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킬지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사우디 내에서도 NYSE에 상장할 경우 미국 테러법에 따라 미국 시민이 사우디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올 초 아람코 최고경영자(CEO)인 아민 나세르는 회사가 하반기에 상장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래소 선택 등 상장에 필요한 주요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해 말 상장 계획이 철회될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람코 주식이 세계 최대 국부펀드에 비밀리에 매각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BBC와 인터뷰한 관계자는 “IPO 중단은 최근에 결정된 일이지만 아무도 이를 공개할 수 없어 이야기를 천천히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람코는 IPO를 일단 중단한 대신 석유화학 회사 사빅(SABIC)으로부터 전략적 지분을 취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NBC에 따르면 사빅의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아람코는 사상 첫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채권 발행 시 국제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빅은 사우디 최대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약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아람코는 사빅의 인프라를 통해 원유를 연료로 정제하고 부산물을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다각화하려는 아람코 전략과 일치한다고 계획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