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가격담합,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 경성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단은 현재 공정위 퇴직 간부의 대기업 재취업 강요 논란 등으로 국민으로부터 싸늘한 비판을 받는 공정위의 신뢰 추락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저지른 불미스러운 행위가 막강한 법 집행 권한인 전속고발제 완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애초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마련을 위해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운영된 공정위 특별위원회는 올해 6월 28일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경성담합)보다 보완·유지에 의견이 많다는 내용의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특위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정위는 기업 활동의 위축을 우려해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었다. 하지만 6월 20일 검찰이 공정위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공정위로서는 사실상 전속고발제 유지가 힘들어지게 됐다. 과거 정부의 공정위 수뇌부가 전속고발제 권한을 이용해 공정위 퇴직 간부의 대기업 재취업을 강요하고, 검찰 고발 없이 사건을 부당 종결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 압수수색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검찰이 16일 대기업에 공정위 퇴직 간부 재취업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등을 구속기소한 것이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0일 조직 쇄신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공정위가 막강한 법 집행 권한을 독점으로 행사해 온 것에 있다”며 전속고발제 일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었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 방침을 정한 유통3법에 이어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까지 확정됨에 따라 향후 공정위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솜방망이 처벌, 대기업 재취업 청탁 등 국민적 신뢰에 부합하지 못한 공정위의 행적이 자초한 결과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