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2025년까지 신차 연비를 갤런당 평균 50마일 이상으로 하는 목표를 세우고 순차적으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2020년 이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갤런당 37마일의 연비를 유지하면 벌금 없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에 이은 ‘오바마 뒤집기’로 풀이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완화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규제 완화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표몰이’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비 규제 완화가 안전성이 높은 신차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수천 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신차 가격을 2340달러(약 264만 원)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완화가 미국 국민에게 안전하고 보다 저렴하며 환경을 깨끗하게 할 차량을 더 많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경쟁연구소의 마이런 에벨은 “자동차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이번 발표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는 새 연비 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운 자동차 업체에도 호재다. 앞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준을 재고할 것을 촉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자동차,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18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배출가스 규제가 유지되면 업계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허버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는 “무역전쟁보다 새 배출가스 테스트가 더 큰 위협”이라며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에 불만을 표출했다.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업계의 부담과 위기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캘리포니아주는 2011년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에 서명했다. 1970년 제정된 청정대기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5월 캘리포니아주 등 18개 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결정하면 행정부를 고소한다는 입장이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 정부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환경보호 운동가들도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을 모으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반면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 미국 자동차 시장이 둘로 나뉘면서 업계가 혼란을 겪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