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산운용사들이 통일을 테마로 하는 주식형 펀드를 앞 다퉈 내놓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초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투자자들은 한반도 해빙과 관련한 전망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이미 8개의 통일펀드가 있으며 이들 펀드는 올해 수천 만 달러를 끌어들였다.
FT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금까지 통일펀드에 270억 원이 유입됐는데 이는 한국의 주식형 펀드 전체 자금유입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이다.
하이자산운용의 김연수 펀드매니저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국 통일이 될 것”이라며 “이는 둔화하는 한국 경제에 강한 성장 모멘텀을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자산운용은 최근 통일펀드인 ‘하이 코리아 통일 르네상스 펀드’를 재정비했다고 FT는 덧붙였다.
펀드 전문 컨설팅 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하이 코리아 통일 르네상스 펀드는 지난 2014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60% 가까운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통일펀드와 마찬가지로 이 펀드도 북한 경제자유화에 혜택을 보는 그룹, 특히 인프라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FT는 부연 설명했다.
400억 원 규모의 신영 마라톤 통일 코리아 펀드는 4년 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약 30%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특히 이익의 대부분이 지난해 5월 개혁주의자이며 한반도 해빙에 큰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로 집중됐다. 신영 펀드는 최근 2개월간 순자산이 10% 증가했다.
김정은이 과연 북한 비핵화와 경제개방을 위한 대화를 계속할 것인지 회의론이 여전하지만 최근 북미 관계 개선 속에 제재 완화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석탄 등 광물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경제 잠재력으로 꼽히고 있다.
FT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짐 로저스의 북한에 대한 낙관론도 소개했다. 로저스는 “앞으로 20년간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투자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 경제개방 수혜를 볼 것이다. 한국 주식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지나친 낙관론에 경종을 울렸다. 대신증권의 이경민 연구원은 FT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는 남북 경제협력과 북한 인프라 개발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