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이날 현금과 주식을 합쳐 713억 달러(약 78조8934억 원)에 폭스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컴캐스트가 제시한 현금 650억 달러를 웃도는 것이며 디즈니의 앞선 제안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디즈니는 폭스에 넷플릭스와 같은 뉴미디어 경쟁자와 싸우는 데 있어서 컴캐스트보다 자사가 규제상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는 이날 디즈니의 새 인수안이 컴캐스트의 제안보다 “우월하다”고 밝혔다.
앞서 디즈니는 폭스를 524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합의했으나 컴캐스트가 뛰어들면서 인수전이 벌어졌다. 디즈니와 컴캐스트는 폭스의 영화와 TV스튜디오, FX와 지역 스포츠채널을 포함한 미국 케이블TV네트웍스,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지분 3분의 1, 스카이PLC와 스타인디아를 비롯한 미디어 자산을 놓고 겨루고 있다. 폭스뉴스와 폭스스포츠1 등 폭스방송 네트워크는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폭스는 디즈니의 새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날 디즈니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폭스 이사회를 앞두고 새로운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주말 디즈니와 폭스는 인수에 대해 논의했으며 머독 회장과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는 폭스 주주들에게 현금 50%, 주식 50%를 지급하는 데 동의했다.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폭스 주주는 합병기업의 19%를 소유하게 된다.
일부 관측통들은 디즈니와 컴캐스트가 폭스 자산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아이거 CEO는 이를 부정했다. 그는 이날 “우리는 폭스 인수에 관해 수개월의 규제 검토를 거쳤다”면서 “우리는 컴캐스트보다 인수 승인에 걸리는 시간 측면에서 훨씬 더 나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스 인수가 내년에 출시될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거 CEO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역동적인 변화가 있을 때 디즈니와 폭스의 탁월한 비즈니스 및 프랜차이즈를 결합하면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안으로 폭스 인수전에서 디즈니가 우위를 점했으나 컴캐스트가 입찰가를 다시 높여 제안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투나 아모비 CFRA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컴캐스트가 새로운 대응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수 경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컴캐스트는 AT&T의 타임워너 M&A가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폭스 인수 규제 걸림돌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두 기업의 지속적인 인수 전쟁은 양사의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즈니가 새 인수안을 제시하면서 폭스는 다음 달 10일로 예정됐던 특별주주총회를 연기했다. 날짜는 미정이다. 폭스 관계자들은 머독 회장이 최고의 거래를 찾고 있으며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