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캄보디아와 수단, 미얀마, 감비아 등 47개 최빈국의 휴대폰 보급률은 지난해 70%에 도달했다. 2010년 30%에서 7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수도나 전기 등 인프라 보급률을 웃돈다. 감비아와 동티모르, 캄보디아, 레소토 등 6개국에서는 2016년 평균 휴대전화 보유량이 1인당 1대를 넘어섰다. 이들 국가에서 안전한 식수를 30분 이내에 얻을 수 있는 사람이 70~80%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UN 관계자는 남수단과 예멘 등 분쟁 지역에서도 휴대폰 소유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내전은 휴대폰 보급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서비스 앱도 등장했다. ‘미얀마의 우버’라 불리는 차량공유서비스 ‘오웨이’는 배차서비스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며 여행 예약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탄자니아에서는 아프리카 농업시장을 위한 농업정보 앱 ‘에소코’가 인기다. 이 앱은 농산물 가격과 일기예보, 농사 요령 정보를 제공해 수확량과 이익을 늘리고 농민 간 연결을 돕는다. 모바일 결제도 활발하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사용해 송금, 결제하는 모바일 머니 계좌는 지난해 기준 6억9000만 개로 5년 사이 5배 증가했다. 계좌의 절반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퍼져있다. 신문은 이들 국가는 중국처럼 ‘현금 없는 사회’로 단번에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빈국에서 휴대폰 보급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국영 통신기업의 민영화와 해외 자본유입 덕분이다. 이들의 투자로 통신요금이 크게 하락하면서 휴대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됐다. 캄보디아의 통신요금은 월 1달러(약 1085원)로 최빈국 중 가장 낮다. 2016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연간 1140달러로 통신비 비중이 약 1%에 불과해 부담이 적다. 스마트폰은 40달러면 살 수 있어 2016년 기준 국민의 절반이 손에 쥐고 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만 전기가 공급되는 환경 탓에 충전에 어려움이 있으나 스마트폰의 인기는 증가세다.
이들 국가 인구는 9억79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미개척 거대 시장에 선진국들이 나서면서 모바일 서비스 확대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 이온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달 말부터 캄보디아에서 스마트폰 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까지 이용자를 30~50만 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소말리아 출신의 이스마일 아메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영국 온라인 송금 업체 월드레밋도 모바일로 140개국 이상에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 1위 국가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미 식사를 주문·배달하는 온라인 음식배달 앱 ‘주미아푸드’가 사업 중이다.
신문은 최빈국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 인터넷 연결 인프라가 정비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은 “모바일 서비스가 교육 향상과 원격 의료 실현, 경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