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대선 투표가 끝나고 나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이 총 67%의 득표율을 기록해 21%를 얻은 야당의 엔리 팔콘 전 라라 주지사보다 앞섰다고 발표했다. 범야권의 투표 거부 운동으로 인해 투표율은 46%에 그쳤다. 이는 20년 만의 최저 투표율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 나와 “그들이 나를 깎아내렸지만 우리는 승리했다”며 자신의 당선을 자축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다. 우선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국제 사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의 금융 거래를 금지한 데 이어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의 재산을 동결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선거가 합법적이지 않았다”며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할 베네수엘라 국민의 주권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미국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더 강력한 제재를 위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경기 침체도 마두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말 베네수엘라의 경제 규모는 2013년에 비해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초인플레이션으로 물가상승률이 1만300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필 건슨 국제위기그룹(ICG) 수석연구원은 “마두로 대통령이 무정부 상태에 직면해있다”며 “그는 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 기초 복지의 붕괴, 외채 상환 등을 외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마두로 대통령은 상황을 개선할 계획도 없고, 믿을만한 팀도 없다”고 평가했다.
한때 마두로 대통령의 동지였던 팔콘 후보는 “이번 선거는 속임수”라며 “선거 과정이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두로 정부가 국가 혜택을 받는 데 사용되는 베네수엘라의 신분증 ‘조국 카드’를 스캔해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을 압박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올해 안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