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함께 새로운 신용카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애플페이 브랜드로 신용카드를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새 카드는 두 기업이 핵심사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X(텐)의 부진 등 아이폰 판매 침체에 대한 불안 속에 음악 스트리밍, 앱스토어 판매와 같은 기타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결제 사업도 확대했다. 그러나 애플페이의 성장 속도는 경영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골드만삭스와 카드 사업을 추진하고 애플의 다른 서비스와 연계해 애플페이 이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애플은 그동안 바클레이스와 카드 사업을 함께 해왔으나 골드만삭스로 상대를 변경하게 됐다.
골드만삭스의 카드 사업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외환위기 이전보다 매출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시도다. 2016년 골드만삭스는 온라인은행 ‘마커스’를 내놓고 소매금융을 시작했으며 신용카드와 자산관리 사업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새 카드는 중점 사업의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두 기업에 ‘윈-윈(win-win)’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새 카드 이용이 증가하면 결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현재는 사용자가 카드 종류와 관계없이 아이폰에서 디지털 결제로 거래하면 애플은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소식통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의 계약에 따라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 243억5000만 달러(약 25조9814억 원)였던 애플의 결제서비스 매출이 2020년까지 연간 5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나면 아이폰 판매 부진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새 카드를 통해 확보한 고객에게 자사의 다른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매금융의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 다만 신용카드 시장은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더 큰 경쟁자들이 지배하고 있어 까다롭고 골드만삭스가 고객을 직접 상대할 지점이 적다는 게 장애물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 기업은 현재 고객을 위한 특전 등 카드의 조건과 혜택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월 WSJ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골드만삭스가 매장 내 대출을 제공하는 등 제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애플이 바클레이스와 제휴해 내놓은 카드는 애플 기기 구입금 무이자 대출과 애플 기프트카드에 대한 포인트 혜택을 제공한다.
바클레이스는 2005년부터 애플과 제휴해 신용카드를 발행해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바클레이스 관계자들은 애플 본사를 찾아 논의를 가졌다. WSJ는 애플이 바클레이스와의 관계를 끊고 골드만삭스로 파트너를 변경하면 기존의 무이자 구매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고가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의 판매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는 WSJ의 답변 요청을 거부했다.
금융업에 뛰어든 IT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아마존과 구글 등 미국 IT대기업들은 결제 및 소액대출 등 금융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은 모바일 결제를 더 쉽게 만들기 위해 경쟁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거대한 고객 기반을 보유한 IT대기업은 기존 금융기관에 큰 위협이지만 당분간은 제휴 상대로서 공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