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만남이 확정된 가운데 한반도 통일 비용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과 나의 매우 기대되는 만남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 평화를 위한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가운데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은 한반도의 통일 비용이 향후 10년간 2조 달러(약 214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런던 소재 유라이존SLJ캐피털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유라이존은 과거 독일 통일 당시 사례로 비용을 추정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이후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전된 자금은 1조2000억 유로에 달했다. 당시 1조2000억 유로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조7000억 유로다. 이는 현재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차지하는 규모다.
북한과 남한의 경제적 격차는 동독과 서독의 차이보다 더 벌어져 있다. 북한의 GDP 규모는 163억 달러로 이는 세계 최대 부호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재산의 12%에 불과하다. 반면 인구 차이는 동독과 서독보다 작다. 독일 통일 당시 동독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이었다. 현재 한국 인구는 5100만 명으로 북한 인구 2600만 명의 약 두 배다.
이를 고려해 유라이존은 북한의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을 어림잡아 추산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이 10년간 5000억 달러의 비용을 균등하게 부담한다고 단순하게 추정하면 한국은 현재 GDP에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29.5%, 미국은 2.4%, 중국은 3.5%, 일본은 9.7%를 각각 기록하게 된다. 10년 뒤 GDP 수준으로 따지면 한국은 18.3%, 미국은 1.7%, 중국은 1.6%, 일본은 7.3%다.
2조 달러가 매우 큰 액수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북한의 극심한 영양실조로 인한 잠재적인 생산성 감소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1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합병증을 동반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가 2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영양실조로 북한 주민이 피해를 보는 생산성 손실은 평생 개인 소득 중 10%에 달한다. 이를 북한의 GDP로 따지면 한해 2~3%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 같은 숨겨진 비용을 더하면 통일 비용은 훨씬 더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안착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 아시아 증시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 소재 스웨덴 은행인 SEB의 숀 요코타 애널리스트는 한반도의 대화 국면이 아시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BC와 인터뷰에서 그는 “향후 1~2개월간은 지정학적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과 한국 주식시장에 호재”라고 진단했다. 다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국채와 엔화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증시에 마냥 호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달러화 가치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는 신흥국 자금 유출을 불러올 수 있고,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