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새벽 발표된 총선 결과 PH는 하원 의석 222석 중 122석을 차지했다.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중심으로 한 나집 라작 현 말레이시아 총리의 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79석을, 군소후보들이 나머지 21석을 가져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전날 저녁 10시 30분께 언론에 승리를 선언하고,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고령에도 정계에 복귀한 이유를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나집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6억8100만 달러(약 7354억1190만 원)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어 2016년 7월 미국 법무부는 나집 총리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압류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나집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도록 설득했지만,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한때 그가 이끌었던 UMNO를 떠나 야권연합을 조직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통치했다. 그는 취임 직후 서방이 아닌 한국과 일본을 본받자는 의미의 ‘룩이스트운동’을 제창하고 국가주도 경제발전 정책을 펼쳤다. 덕분에 말레이시아는 국내총생산(GDP) 250억 달러의 농업 국가에서 GDP 1100억 달러의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원주민 우대 정책인 부미푸트라 정책을 펼치고, 언론과 사법부를 휘두르는 등 독재와 인권탄압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근대화를 이끈 국부와 개발독재자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집 총리의 부패와 경제 악화로 인해 마하티르 전 총리를 향한 국민의 기대가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이르면 이날 취임선서를 하고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에 복귀할 전망이다. 그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나집 총리에 대한 정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