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출범 1년…공격적 투자에 결실 얻어

입력 2018-05-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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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297억 달러 투자, 일각에서는 이미 500억 달러 넘었다는 관측도 제기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결실을 얻어 눈길을 끌고 있다.

1000억 달러(약 107조9000억 원) 규모의 비전펀드가 출범 1년 만에 전체 규모의 3분의 1가량인 297억 달러의 투자를 완료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동안 손정의 회장의 통 큰 베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벤처캐피탈 업체들은 이 같은 대규모 자본 조달이 “너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올해 3월까지 총 30개 이상 기업에 투자됐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96억 달러를 비전펀드로부터 조달받았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는 82억 달러, 미국 차량공유 업체 우버는 77억 달러, 미국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는 74억 달러, 미국 그래픽카드 제조업체 엔비디아는 28억 달러를 각각 투자받았다.

이 외에도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인도 올라, 싱가포르 그랩 등에 투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비전펀드가 이들 업체를 포함해 차량공유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200억 달러에 달한다. WSJ는 소프트뱅크가 공식적으로 비전펀드를 통해 297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단행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공동으로 조성한 투자펀드다. IT 관련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로 미국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세계 IT 산업의 지형을 바꿀만한 힘을 가졌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날 분기 실적을 발표한 소프트뱅크는 2017-18 회계연도 4분기(올해 1~3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0% 급증한 1550억 엔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비전펀드 투자를 통해 발생한 영업이익은 650억 엔에 달한다. 분기 매출액은 2조30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1.2% 늘어났다. 회사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2017-18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서 비전펀드의 연간 수익 기여도가 3030억 엔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중 상당 부분은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만 41% 올랐다

손 회장은 이날 월마트에 인도 최대 온라인몰 플립카트의 지분 20%를 40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플립카트 지분을 25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는 “우리가 플립카트에 투자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기업 가치는 거의 두 배로 불었다”며 “비전펀드는 나의 이전 투자 수익을 뛰어넘어 새 기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올해 초 애널리스트들에게 “현금 흐름에만 집중하진 않을 것”이라며 “대신 중요 기술 분야에서 몇몇 기업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투자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 크리스토퍼 웰스 애널리스트는 “비전펀드는 고전적인 벤처 캐피털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일종의 하이브리드 개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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