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아마존은 유럽 의류·신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의류·신발 시장은 세분화가 진행됐으며 활력에 넘치는 경쟁업체들이 많다면서 그런 가운데 아마존은 최고의 패션 브랜드도 없고 웹사이트는 옷을 찾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판매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의류와 신발 부문도 35%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유럽에서도 아마존은 전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22%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의류와 신발류는 8%에 불과하다.
유럽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아마존은 미국 의류업체들의 해외 배송을 장려하고 최근 수개월 간 자체 의류 브랜드 3개를 시작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유럽 사업에 대한 성과를 공표하지 않는다. 다만 아마존 해외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이 543억 달러(약 58조1282억 원)로 전년보다 23% 급증했지만 영업손실이 30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마거릿 르 롤랑 유로모니터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주요 패션업체들은 아마존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마존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업체들은 아직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존이 패션 부문에서 유럽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의 한 소비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에서 옷을 구입한 적이 없다”며 “아마존과 이베이는 의류가 아닌 소형 전자기기와 일상용품이 전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 인디텍스 산하 자라 웹사이트나 영국 아소스, 부호닷컴 등에서 옷을 산다”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 소재 잘란도가 9.6% 점유율로, 서유럽 의류·신발 인터넷 판매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잘란도는 아마존보다 10년 이상 늦은 2008년에 설립됐다. 전문가들은 잘란도가 아디다스, 토미힐피거 등 유명 브랜드와 제휴하는 한편 파트너들과 고객의 구매 습관 등 데이터를 공유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봤다. 아디다스 등 브랜드들이 잘란도로부터 귀중한 정보를 제공받아 더욱 이 플랫폼에서 매출을 늘리는 등 선순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도 아마존은 현지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영국 의류·신발 인터넷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4.8%로 7위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는 3위, 독일은 2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독일 1위 업체인 오토그룹의 한 전략 담당 임원은 “아마존은 가격과 배송시간, 제품 전반의 풍부함에서는 최고 수준”이라며 “그러나 브랜드와 자신의 스타일을 잘 인지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아마존 사이트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럽 소비자들을 잡으려면 영감을 줘야 하며 전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