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외화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준용하는 것인데, TPP 가입 시에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선결조건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현지에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식에 대해 “점진적으로 하면서, 연착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식의 내용은 시기와 연동돼 있다”며 “시장에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시기는 너무 뒤로 안 가도 되는 만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우리처럼 성숙한 경제와 외환시장을 가진 나라는 해야 할 일”이라면서 “점진적으로 하면서 우리 시장에 연착륙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공개 방식으로는 TPP 부속 공동선언문을 준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3개월 단위로 3개월 시차를 두고 외화 매수·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인 만큼 우선 순매수 내역을 공개한 뒤, 점진적으로 외화 매수·매도 총액을 공표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 방문 동안 김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부터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받았다.
이에 “미국과 IMF, 주요 20개국(G20)의 요구가 있었지만, 결정 자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며 환율주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외부와 협의도 하겠지만, 의사 결정은 우리 스스로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갖고 하겠다는 게 환율주권”이라면서 “과거에 환율을 어느 한방향으로 유지하는 정책적 의지에 대해 환율주권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의사결정을 우리의 의지와 판단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한다고 해도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정부가 분명히 대처하는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TPP 가입과 관련해서는 “좀 더 의견을 수렴하고, 부처 간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마쳐 가능하면 상반기 내 결론을 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 재가입 검토를 지시한 이후 므누신 장관은 미국의 재가입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낙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의 TPP 가입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와 관련해 “몇 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로 TPP 가입 문제가 나왔을 때 선결조건 중 하나로 거론됐다”며 “김 부총리와 환율 관련 얘기를 많이 했고, 모두 감안해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