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이런 돌발적인 부진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했거나 지난해 가파른 성장에 따른 공급 제한이 나타난 것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로, 전년의 1.8%에서 오르고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만은 못해도 경제가 확장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설문조사는 물론 실물 경제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낙관론이 흔들리고 있다.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달 제조업·서비스업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2로,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유로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인 0.5% 증가를 밑돌았다.
영국 펄크럼자산운용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산출 모델을 바탕으로 매월 발표하는 ‘나우캐스트(Nowcast)’에 따르면 이달 유로존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1.2%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말의 3.5%에서 크게 둔화한 것이다. 또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자 과거 경기침체에서도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했던 독일의 올해 성장률은 약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펄크럼의 나우캐스트는 지난해 유로존의 가파른 성장세 예상을 적중시켜 경기둔화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FT는 외부 변수가 유로존 경기둔화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무역 갈등을 빚고 있지만 유로존과 같은 강도의 경기둔화는 오지 않아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수출주문도 별다른 부진을 보이지 않아 유로화 강세도 경기둔화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FT는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악천후나 인플루엔자 유행과 같은 일시적 요인이 유로존 경기둔화를 유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에서 연초 연립정부 구성 회담이 난항을 겪어 기업 투자심리가 약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전히 FT는 이런 견해들이 유로존 전반에 걸친 경기둔화의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통화정책 효과 감소나 공급 측면의 제약, 둘 중 하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 2015년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실질 금리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유로존 전반의 은행 대출 금리와 채권 금리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는 이런 경기부양책 약발이 사라지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크게 웃돌아 공급 제한 현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FT는 추정했다.
FT는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이런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경기둔화 현상이 출현했다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려는 ECB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오는 26일 개최될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