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3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시가총액이 최소 2000억 위안(약 34조 원) 이상인 해외증시 상장사들은 중국주식예탁증서(CDR)로 본토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CDR은 미국주식예탁증서(ADR)와 비슷한 개념으로,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중국 본토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와 JD닷컴 등 홍콩과 뉴욕 등에 상장해 있는 IT 대기업이 중국증시에 편입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중국 IT 대기업들은 세금 절감과 규제 회피 등의 목적으로 본사 소재지를 해외에 뒀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증시 IPO가 불가능했다.
현재 텐센트는 홍콩에 상장돼 있고, 알리바바와 바이두 JD닷컴은 뉴욕 상장사다. 이들 네 기업 모두 본사는 케이먼제도에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뉴욕증시에서 250억 달러로, 세계 최대 IPO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시총은 4700억 달러에 달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이르면 올여름 중국 본토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는 연말 홍콩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CDR을 통한 이중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자국 증시가 이들 메이저 IT 기업을 놓치면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으로 규제 완화를 고려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1년간 각각 83%, 68% 올랐고 바이두와 JD닷컴은 각각 22% 이상 뛰었다.
한편 지난주 말 기준 해외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 시총이 2000억 위안을 넘는 기업은 총 15곳이다.
증감회는 지난해 최소 30억 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린 IT 비상장사는 기업가치가 최소 200억 위안 이상일 경우 상하이와 선전증시에서 IPO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까다로운 IPO 자격 조건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것이다.
증감회는 성명에서 “국가 전략에 부합하고 인터넷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VR), 고부가가치 제조업, 생명공학 등 부문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고르는 위원회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본토증시는 다른 시장보다 밸류에이션이 높고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어 해외증시 상장사들이 복귀를 고려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다만 중국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너무 커서 수년 전 나타난 것처럼 급격한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뉴욕증시에서 최근 기술주가 크게 하락하는 등 IT 부문이 불안한 것도 중국 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