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근로자는 월평균 1288달러(약 137만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멕시코의 1276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많은 국제기구가 대만을 선진경제 국가로 분류하지만 임금만 보면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함께 언급되던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대만 근로자의 임금은 낮다. 크리스토퍼 토마스 포커스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달리 대만의 실질임금은 지난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10년간 실질임금이 3분의 1 증가했다.
대만의 임금이 낮은 이유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 때문이다. 대만의 임금은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함께 증가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과 같은 제품 분야에서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대만 기업들은 임금을 포함한 비용을 삭감해야 할 상황에 부딪혔다.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과 기술 발전을 무기로 성장하자 대만 기업들이 밀려났고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세계 수출이 감소하면서 임금 상승에 대한 희망이 더욱 줄어들었다.
반면 물가는 상승해 시민들의 불만은 커졌다. 지난달에는 화장지 가격이 10~30% 오르면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자 교육열도 꺾였다. 미국 리쿠르팅 업체 맨파워그룹의 알렌 영 대만 본부장은 “오늘날 대만 사람들은 단지 기초적인 보통교육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행을 택하는 대만 노동자들이 늘었다. 초급 수준의 근로자에 대한 중국의 임금은 대만의 약 60% 정도지만 숙련직 종사자는 오히려 대만의 약 1.2~1.3배를 벌 수 있어서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대만인이 중국에서 일하거나 투자하기 쉽게 하는 31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영 본부장은 “향후 6개월간 많은 대만인이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면서 “이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더 많은 사람이 중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12월 정부에 청년 저임금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 대만 정부는 올해 2.42%의 경제 성장을 전망하면서 지난해보다 기업들이 더 많이 임금을 인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