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자 A는 B에게 그동안 받지 못했던 과거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C의 상속과 관련해 90%의 기여분을 인정해달라고도 주장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을 유지하거나 형성하는데 특별한 기여를 한 상속인에게 더 많은 상속재산을 분할해 주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과거 양육비로 약 1억 원 정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을 뿐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는 A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와 B는 절반씩 보험금 등을 상속받게 됐다.
이후 A는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B가 상속결격자이므로 그가 받은 보험금 등을 반환해야 한다며 다시 소송을 시작했다. 상속결격자는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상속받을 자격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다. 민법은 상속결격 사유로 고의로 가족들을 살해하는 등 형사적인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포함해 다섯 가지 만을 정하고 있다. A는 이와 같이 소송을 낸 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상속결격자로 정하지 않은 민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부양의무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제대로 이행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증여나 유언을 통해 상속재산을 줄 수 있으며,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A씨가 문제삼은 민법 조항은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상속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여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안함, 세월호 사건 때도 이런 경우가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 설명한 사건은 그나마 A가 엄마로서 상속권이 있었던 경우이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가 조부모가 손자들을 키운 경우, 조부모는 상속권이 없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민법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상속결격자로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상속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최대한 기여분을 인정받는 것인데, 위 사건에서 보듯 법원은 쉽게 기여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다만 필자의 생각에 위 사건에서는 A가 1억 원 정도의 과거 양육비를 받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증여나 유증을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자녀가 사망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가 대부분이다. 자녀가 자신의 사망에 대비해 증여나 유언을 해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부양의무 이행을 상속에 참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거나, 조부모가 양육한 경우처럼 실질적으로 양육한 사람도 상속에 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