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일(현지시간)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전쟁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원래 이날 통화에서 시리아 사태에 대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메이 총리는 무역 문제를 화두로 끌어들였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며 “다자간 행동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EU는 이미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 장벽을 두고 있는데 이를 더 높이려 하면 우리는 유럽산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또 “EU는 미국산 자동차가 유럽에서 더 팔리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무역 불평등이다”라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의 긴밀한 무역 협상을 원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잠재적인 위험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유로피안리폼싱크탱크의 샘 로위 무역 전문가는 “미국이 세계 주요 국가와 무역 장벽을 세우면서 미국과의 무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이 EU와의 무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무역을 상호 번영의 수단이 아닌 전쟁으로 여기는 대통령과 협상을 하는 데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로피안리서치그룹의 제이콥 레스-모그 의장은 영국이 여전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열어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제품이든 유럽이 설정한 기준 이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미국과 협상을 할 수 있고, 영국 제품을 EU로 재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만족한다면 미국과 협상은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