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 수제 맥주 붐이 일면서 양조장이 급증하고 있다. 늘어나는 양조장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양조자협회(BA)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족 자본으로 운영되는 소형 양조장은 5301개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4538개에서 급증한 규모이다. BA측은 그해 양조장들이 미국 경제에 이바지한 규모가 680억 달러(약 73조6712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전 역대 최대치가 1815년의 4131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수제 맥주 인기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규모 양조장이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자 정치권은 세제 혜택을 확대해 화답했다. 작년 세제개편법이 의회에서 통과될 당시 상원은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수제 맥주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러한 조처는 업계뿐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지역에 양조장이 들어서길 바라는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환영을 받았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르(JLL)의 데이비드 바넷 “정치권은 급성장하는 양조 산업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조 산업은 주로 미국 동북, 중서부와 서부 지역에서 활발하다. 이들 지역에 포함된 36개 주에서 2016년 생산된 맥주량은 2011년에 비해 두 배로 급증했다. 미네소타주 남동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지역에서 현재 소형 양조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62만400ft²에 이른다. 이는 2016년 50만7000ft²에서 확대된 것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회사 CBRE에 따르면 작년 이 지역에 11개 새로운 양조장이 들어섰고, 올해도 11개 양조장이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양조장이 들어선 지역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상업지구가 형성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뉴욕주 미들타운 지역이다. 2016년 이곳에는 ‘이퀄리브리엄 양조장’이 들어섰다. 주말 아침 이곳을 찾으면 문을 열기도 전에 긴 줄이 늘어선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 등에서 온 관광객들은 수제 맥주를 손에 들고 주변 식당으로 흩어진다.
이퀄리브리엄 양조장의 소유주인 리카르도 페트로니는 전에 육류 가공 공장을 하다가 세금을 내지 못해 사업을 접고 맥주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곳에 이사 왔을 때는 낙후된 풍경이었지만 이제 새로운 상업 지구가 생기고 있다”며 “우리가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들타운 지역의 한 공무원은 “우리는 이 양조장에 큰 지지를 보낸다”며 “20년간 이 건물 주변에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색있는 양조장은 볼 만할 관광지일 뿐 아니라 음식점, 푸드 트럭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매개체이기도 한다. 2016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노스루프 지역에서 문을 연 ‘모디스트 양조장’도 그 예다. 모디스트 양조장은 지역에 있는 푸드트럭과 제휴를 맺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다만 소형 양조장들 대부분이 보조금을 받고 있어 100% 독립적인 사업을 하는 데 얼마만큼의 기간이 필요할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퀄리브리엄 양조장만 해도 설립 이후 현재까지 20만40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뉴욕주로부터 받았다. 미시간주 그랜드라피즈 지역의 ‘미튼 양조장’을 운영하는 크리스 앤더스는 “양조장이 계속 지원금을 받는 구조라면 결국 지역 경제를 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앤더스 창업자는 “2012년 우리 양조장이 문을 연 뒤 햄버거 가게나 다른 술집들이 주변에 많이 생긴 건 사실”이라며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역에 있는 6000ft² 규모의 소방서 부지 가격이 당시에는 22만2000달러였는데 지금은 60만 달러나 한다”며 “상당 부분은 우리 양조장 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