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 CEO 선출 절차, 이사회 독립성, 성과 보수 등 또다시 지배구조 실태 점검을 예고하면서 당국과 금융회사 CEO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황제 연봉’으로 비난의 대상이었던 성과 보수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금융권 CEO의 연봉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금융당국은 비슷한 영업구조인 가계대출로 ‘땅 짚고 헤엄치기’ 수익을 올리는데 CEO들의 연봉만 올라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당국은 “특정 CEO가 얼마를 받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최고 경영진 물갈이 목적”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정인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달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자칫 ‘관치금융’이라는 볼멘소리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슈가 확대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인’은 실명으로 전환되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얘기다.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차기회장 후보에 단독 추천됐지만, 3월 주총에서 의사봉이 두드려지기까지 그의 연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3일 최순실 1심 선고 공판에서 김 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사실로 판명이 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최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모, 김 회장에게 인사를 강요했고, 이로 인해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이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하나은행 측은 이 전 본부장에 대한 인사가 ‘정당한 인사권을 근거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회장이 최 씨의 외압에 응해 인사 지시를 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금감원은 은행법 35조 위반 여부를 보고 있다. 은행법 35조는 ‘은행의 대주주는 그 은행의 이익에 반해 은행의 인사나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최순실 씨 모녀의 독일 내 금융 민원을 지원한 이상화 씨를 은행 본부장급으로 승진시킬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은행법 위반 책임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재판의 불똥은 함영주 하나은행장에게도 튀었다. 함 은행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본부장의 승진에 대해 김 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제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으로 “김 회장의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이 지시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위증죄로 고발당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결국 최순실 1심 선고공판으로 하나금융 경영진이 돌발 악재를 맞았다. 금감원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김 회장의 은행법 위반 여부를 현장 검사를 통해 밝혀 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이 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두 사람은 물론 하나금융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쉽지 않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