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 규제 기대감에 손익계산 바쁜 美철강·알루미늄 업계…得일까 失일까

입력 2018-02-20 09:08 수정 2018-02-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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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 기대로 일단 환영…제조업 경쟁력 전반적으로 저하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에선 관련 업계가 손익계산을 하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철강·알루미늄 업체들은 고율의 관세로 자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단은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율의 관세와 쿼터는 그동안 수입산 금속에 의존했던 미국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돼 생산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두 금속은 미국에서 제조되는 자동차와 비행기, 전자제품의 핵심 원자재다. 건설과 석유, 유틸리티 산업 등에서 이들 금속을 이용해 빔과 파이프라인, 전선을 생산하고 있으며 음식과 음료수를 담는 용기에도 쓰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률적으로 모든 수입산 알루미늄에 최소 7.7%, 철강에는 24%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특정 국가 제품에 한해서 50%가 넘는 관세폭탄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련주가 일제히 뛰었다. 판매 기준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뉴코어 주가는 4.5% 급등했고 US스틸과 AK스틸홀딩은 각각 10% 이상 폭등했다. 알루미늄 분야의 리더인 알코아 주가는 3%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그만큼 보호무역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도 고조됐다. CNN머니에 따르면 수입산 제품은 미국 기업들이 매년 사용하는 1억 t의 철강 가운데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550만 t의 알루미늄 수요 중 수입산 비중은 90%를 넘는다.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생산비용은 여전히 높다.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고 나서 수입이 얼마나 줄어들지 불확실하다. 미국 제철소와 알루미늄 제력소가 해외 수입을 대체할 만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미국 경제성장 가속화에 철강 생산은 다소 회복세에 있지만 알루미늄 생산능력은 크게 떨어진 채로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약 15개의 알루미늄 제련소가 폐쇄됐으며 그 중 대부분은 다시 생산을 재개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미국 내에서 현재 생산설비를 완전히 가동하는 제련소는 2곳에 불과하며 다른 3곳은 부분적인 가동에 그치고 있다. 미국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조차 우려를 표명했다. 알코아는 트럼프 정부가 일률적으로 관세와 쿼터제를 도입하면 캐나다에서의 알루미늄 수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수입규제는 중국의 과잉생산 억제라는 핵심 이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규칙을 따르는 다른 국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관세로 인해 비싸지면 미국산 제품 가격도 수급상황에 따라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고강도 규제가 결과적으로 제조업체 공장들의 미국 이탈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키뱅크캐피털마켓의 필립 깁스 금속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통해 일자리를 지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부품과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자신의 지역구에 제철소나 알루미늄 제련소가 있는 의원들도 관세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미주리)은 백악관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우리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미주리 주에서 알루미늄과 철강을 생산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많은 양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오하이오)도 “다른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모든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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