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세계 기준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과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10개국을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여기에는 한국과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태국, 핀란드가 포함됐다. 10개국의 총 경제 규모는 7조4000억 달러(약 7910조 원)에 달한다. 이들 국가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평균 1%를 웃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를 넘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3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10%를 넘어 15%로 최고인 노르웨이 다음으로 높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서도 우리나라는 스위스,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뉴질랜드에 이어 6번째로 높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의 거품이 가계부채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길레르모 토로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빨리 불어나면 가계부채는 끝없이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애널리스트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일어나는 부채 증가가 미국이나 중국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세계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스위스,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4개국은 지난 10년간 주택 거품이 최고치에 달한 미국보다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을 포함해 더 많은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 이들 4개국의 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지난 3년간 5~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10개국 중 상당수는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단행할 경우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