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스페인 경제도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스페인식 햄 하몽 가격이 고공행진 하며 ‘하몽의 경제학’을 입증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페인 전통 음식인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한 햄을 뜻한다. 하몽 이베리코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경지대에 있는 산간지방에서 도토리만 먹고 자란 이베리아종 흑돼지로 만든 것으로 다른 하몽보다 더 비싸다. 최근 스페인의 경기 회복세에 발맞춰 하몽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고가인 하몽 이베리코도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돼지 농장 중계상인 호세 마누엘 지메네즈 라구나는 최근 농가들이 이베리아 새끼 돼지 가격을 1년 전보다 40% 높은 가격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순종 이베리아 새끼 돼지 가격은 최근 한 마리당 115유로(약 15만 원)에 팔렸다. 작년 같은 시기에는 83파운드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크게 뛴 셈이다.
스페인 농무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1kg당 하몽 이베리코의 평균 가격은 30.81유로였다. 돼지 다리 한쪽을 모두 사들이려면 500유로 이상이 필요하다. 스페인 경제가 바닥을 친 2013년 하몽 가격이 19.52유로였던 것을 고려하면 50%가량 오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스페인 경제는 고꾸라졌다. 2013년 말부터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고는 하나 실업률은 여전히 17%로 높은 수준이다. 이때 하몽 가격도 스페인 경제와 함께 크게 하락했다. 2013년 기준 1kg당 하몽 이베리코의 평균 가격은 19.52달러였는데 이는 2008년 22.70유로에서 급락한 결과였다.
경기 침체기 동안 스페인의 돼지 농가도 몸살을 앓았다. 2008년 스페인 전역에서 도축된 돼지는 90만 마리였으나 2013년 36만6000마리로 급감했다. 스페인에서는 파티를 열면 하몽이 빠지지 않는데 불황에 영향을 받아 하몽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베리아 돼지 사육업자인 호세 안토니오 카르바할은 “경기 침체가 극심해지면서 그 전보다 50% 싼 가격에 돼지를 팔아야 했다”며 “동시에 350마리에서 80마리 이하로 농가 규모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경제는 2013년 말부터 회복세로 전환됐다. 작년 한 해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1%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이 유로존의 문제아에서 선구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아르카도그룹의 이그나시오 데 라 토레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부분의 임금 상승률은 올해 6년래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급 자동차 전문 딜러인 펠리프 카레토 베르세오는 작년 판매 매출이 2016년 대비 30%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러웠다”며 “조금씩 실제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한 단계 올렸다. 피치는 스페인 정부의 재정 적자 감축 노력 등이 신용 등급을 상향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최근 “올해 GDP 성장률은 최소 2.5%를 넘을 것이며 일자리는 40만 개 이상이 창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루이스 데 권도스 재무장관은 작년에 기록한 3.1%를 이어받아 올해도 3%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