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드 발동될라’…글로벌 세탁기·태양광 패널 업계, 美수출 물량 허겁지겁 늘렸다

입력 2018-01-04 09:13 수정 2018-01-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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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미국 수출 물량을 급작스럽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과 태양광 패널업체 수니바, 솔라월드 등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세이프가드(safeguard)’ 발동을 요청한 이후 미국에서 해당 상품 수입량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월풀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연간 120만 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9월에는 수입산 태양광 전지와 패널 등에 대해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세이프가드란 수입 제품으로 인해 자국 제조업체가 손해를 보았을 때 정부가 발동하는 특별 관세나 물량 할당 등의 긴급수입제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업체에 불리한 상황이다.

ITC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미국에 수입된 세탁기 물량은 크게 늘었다. 세계 수출입 물량 분석기업 판지바에 따르면 미국의 삼성전자 세탁기 수입은 ITC의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11월에는 전년 대비 52% 늘었다. 11월 LG전자 세탁기 수입량은 전년대비 9% 감소했으나 규제 당국의 판결 이전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소매용 세탁기 시장점유율은 각각 19%와 15%로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치면 월풀의 35%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입 물량의 급격한 증가는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을 늦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일 피터스 프리도니아그룹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무역 비용이 추가될 때까지 수입을 늘려 가격 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맥그리거 롱보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수입 관세가 부과되기 전 6개월 분량의 세탁기 재고를 미국에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월풀은 수입량 증가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월풀 측 변호사는 “최근 수입 물량 수준은 경쟁 업체들이 세탁기 재고를 비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 구제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LG 대변인은 “새로운 무역 장벽이 세탁기 출하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비축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수요증가와 유통 변화, 신규 소매 판매 기회 등 다른 요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산업 분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판지바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및 관련 제품의 미국 수입 물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크리스토퍼 로저 판지브 무역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무역 장벽이 수입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솔라월드 측 변호사는 “외국 기업들이 수입물량 확대 등 다른 방법으로 회피할 수 없는 광범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태양열산업협회는 “저렴한 수입산 태양광 패널의 구매자는 미국이며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에너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세이프가드 발동에 반대를 표명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세탁기 분야에 대한 공청회를 가졌다. 이 결과에 기초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조치를 권고하고,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 이익을 고려해 다음달 2일 최종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결정은 이번 달까지 이뤄져야 한다.

WSJ는 세탁기, 태양광 산업의 사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실험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최근 관세 요구가 커진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수입제한이나 관세부과 등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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