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가 휘어지고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투명PI 필름 사업에 진출한다. 차세대 IT 기기의 중심이 될 폴더블,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결정이다.
SKC는 27일 오후 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투명PI 필름 사업화에 68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7월까지 진천공장에 신규설비를 도입하고 같은 해 10월 상업화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SKC에서 투명PI 필름을 만들면 SKC하이테크앤마케팅에서 고경도 코팅 등 필름 가공을 담당한다. SKC 하이테크앤마케팅도 이와 관련해 170억 원을 별도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C는 2021년 이후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투명PI 필름은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특성을 띠는 PI에 무색·투명한 성질을 더한 소재로, 유리처럼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접히며 여러 번 접혀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이에 폴더블, 롤러블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기존의 커버 유리를 대신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SKC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개화에 따라 이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시장조사기관인 SA에 따르면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기 시장은 2019~2020년 사이에 개화하며 2022년 약 5100만 대 가량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SKC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넘어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투명PI 필름이 일반 유리의 고급감을 구현해낼 수 있다면, 잘 깨지는 커버 유리를 대신할 수도 있어 조 단위의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번 투자로 SK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당초 SKC는 코오롱인더와의 합작사인 SKC코오롱PI 생산라인을 통해 투명PI 필름을 생산하는 방식도 검토했으나, 자체 투자를 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코오롱인더는 내년 하반기부터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양산할 예정이다. 현재는 시운전 단계로 거래처와 제품 스펙 등에 대해 조정을 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에 비해 다소 시장 진입이 늦어졌지만 SKC는 자사만의 강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KC는 투명PI 필름 제작공정을 유색PI 필름의 것과 유사하게 고안했다. 유색PI 필름을 개발하고 양산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는 SKC로선 생산공정이 익숙하다. 따라서 양산 초기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양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한 SKC는 오랫동안 쌓아온 광학용 필름 생산 노하우, 필름가공업체인 SKC하이테크앤마케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기의 커버유리를 대체하는 투명PI 필름은 특성상 투명도, 결함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필름 제조 단계에서는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을 만들어온 SKC의 노하우가, 가공 단계에서는 스마트폰용 글래스 데코레이션 필름 등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SKC 하이테크앤마케팅의 기술력이 투명PI 필름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미 SKC의 투명PI 필름은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접히는 횟수, 경도, 빛 투과율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김도경 SKC 투명PI사업팀장은 “SKC가 가진 강점을 살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양산인증을 받는 등 고객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해나가겠다”며 “양산 전까지는 파일럿 설비로 샘플을 생산하고 초기 시장 수요에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C는 이번 사업 진출이 SKC 필름사업 재편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뉴비전 ‘글로벌 스페셜티 마케터’를 내세운 SKC는 올해 스페셜티 제품을 사업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석유화학업체와 LOI를 체결하며 자동차 앞유리용 스페셜티 PVB 필름 사업을 강화했다.
이용선 SKC 필름사업부문장은 “내년부터 필름사업부문을 인더스트리소재사업부문으로 개편하고, PET 필름 중심에서 벗어나 투명PI 필름, PVB 필름, 광학용 소재 등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고기능성 소재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지분 인수 등 그동안 준비해온 재편 노력이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